유홍
(대금연주자)

“오선보에서는 F음, 음정적으로 유사한 율명으로는 '태주(太簇)' 음이다. 대금의 가장 편안한 운지법에서 자연스럽게 울리는 이 소리를 통해,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다양한 음색과 표현들을 탐구하고자 한다. 자연스러움과 안정됨 속에서, 때로는 불안정함과 대비되는 다양성을 표현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과 감각을 탐색하고자 한다.“



유년기에는 어떤 소리들을 듣고 자랐나?

피아노 소리를 가장 많이 듣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는 했지만, 누나가 훨씬 먼저 시작해서 늘 피아노 소리가 났다. 가장 음악적으로 기억에 남는 소리라면 클래식 기타 소리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클래식 기타를 계속 쳤고, 중학교 때까지 전공으로 공부했다. 피아노 소리가 어릴 적에 익숙하게 들은 소리라면, 클래식 기타는 청소년기에 많이 들은 소리다.


서양 클래식 악기를 전공할 준비까지 하다가 지금은 대금 연주자로 활발히 활동한다. 변화하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우연한 일이었다. 중학생 때 누나가 피아노에서 가야금으로 악기를 바꿨다. 나는 계속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나에게도 국악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좋지 않겠냐고 권유하셨다. 그때 나는 이미 클래식 기타로 스페인에 유학을 떠날 준비까지 하고 있고 이 악기를 정말 사랑하는데 갑자기 전혀 다른 분야로 바꾸라니 하시니 굉장히 반발감이 심하게 들었다. 부모님께서 그러면 국악 공연이나 한번 보러 가자고 그러셔서, 뭐 공연 보는 거 자체는 좋아하니까 일단 갔다. 그런데 공연에서 〈청성곡〉 대금 독주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클래식 기타에서 나는 소리랑 완전히 다른 소리였는데, 그 소리가 가슴에 꽂혔다. 그 순간 ‘이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대금을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전통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다음 질문은 유홍의 삶에서 마주한 기억에 남는 소리인데, 벌써 하나가 나온 것 같다. 대금으로 전향한 뒤 한국과 영국에서 공부하고 독일에서 활동했다. 그런 과정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소리 경험은 없었나?

대금 소리를 처음 들을 때 받은 충격에 견줄 만한 소리를 꼽기는 어렵다. 그래도 나의 음악 여정에서 인상 깊었던 소리를 하나 꼽자면, 독일에서 연주 생활을 시작하면서 서양의 클래식 악기와 여러 나라의 전통 악기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소리를 들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그 순간의 소리는 마치 음악적 경계를 넘어서는 듯한 감동을 주었다.


전통 음악으로 음반도 발표했지만, 유홍의 음악에서 현대 음악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최근에 열린 연주회 〈뉴 모멘텀〉(2023)의 프로그램 설명에서도 ‘순수 현대 음악의 가능성’이라는 말을 읽었다. 전통 음악을 공부하다가 현대 음악이랑 관계를 맺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외국에 나가기 전까지는 현대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다. 독일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 나의 첫 번째 목적은 한국의 전통음악가로서 유럽에서 연주 활동이 가능할지를 타진해보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현대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점점 빠져들게 됐다. 전통 음악에는 지켜야 하는 구조와 울타리가 있다면, 현대 음악은 그 울타리 자체를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현대 음악을 하면서 대금이라는 악기에서도 더 많은 소리를 발견할 수 있었고, 운용할 수 있는 소리의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넓어졌다. 자연히 상상력도 증폭되었다. 그 결과 현대 음악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


서양에서 발전한 현대 음악의 역사를 보면 초기에는 오케스트라 악기 중심으로 작곡되다가 점점 세계 전통 악기로 관심이 확장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유홍이 경험한 현대 음악의 장에서 한국 전통 악기, 특히 대금 연주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고유한 뭔가가 있었나?

대금을 연주하는 전통 예술가로서 말씀드리자면, 대금의 자연 재료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서양 악기의 발전사를 보면 깨끗하고 분명한 화성을 내기 편한 방향으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 반면 한국 전통 악기는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소리를 대하는 감각과 연주에 접근하는 태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서양 악기는 깔끔한 소리를 내도록 발전했는데, 그 악기로 다시 노이즈를 내기 위해 애를 쓰곤 한다. 반면 대금을 포함한 전통 악기들에는 이미 자연에서 온 소리, 노이즈(클래식의 관점에서)라 할 만한 소리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오선보와 다른 표기법을 가진 악기라는 것도 강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전통 악기 연주자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많겠지만, 분명한 차별화된 강점이 있기 때문에 현대 음악에서 전통 악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유럽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권 악기가 소개될 때 독특한 음색만으로 소비되는 일이나 그런 일에 대한 경계심은 없었나?

그런 우려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내가 속한 분야가 현대음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 악기가 일시적인 유행처럼 급부상했다가 사라지는 현상은 대중음악에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나와 협업한 음악가 대부분은 대금을 단순히 특이한 음색으로 보지 않고, 순수 예술의 한 형태로 접근했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활동했던 독일의 특성일 수도 있다. 나 또한 대금을 연주할 때 이 악기의 고유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보다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주제와 음악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시안 아트 앙상블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에서 아시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2009년 아시안아트 앙상블(AsianArt Ensemble)을 만난 것은 나에게 매우 큰 행운이었다. 그곳의 다른 멤버들은 모두 나보다 훨씬 먼저 유럽에서 연주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다. 예를 들어, 우웨이(Wu Wei)라는 중국 연주자는 나보다 8년 먼저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의 레퍼토리도 풍부하고 유럽 음악 시장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의 존재는 나에게 좋은 선례이자 안도감을 주었다. 중국과 일본의 연주자들이 모두 훌륭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며, 한국 연주자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만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보통 서양 음악사 책을 보면 마지막 장에서 현대 음악을 다루다가 끝난다. 그전까지 어떤 굵직한 사조들이 등장하고 경쟁하고 사라지다가 현대 음악에 이르러 ‘모든 것이 가능해진 시대’라는 식으로 마무리되는데, 막상 그 뒤에 실제 음악 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늘 궁금했다. 동시대 유럽의 현대 음악 신에서 느낀 어떤 경향이 있는가?

현재는 어떤 큰 흐름이나 사조보다 개인의 특징, 즉 한 사람의 고유성을 가장 귀하게 여기고 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된다. 음악가들도 저마다 독립적인 캐릭터를 형성하고 이를 선보이는 느낌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정 그룹 또는 사조로 묶이는 것이 오히려 더 마이너스가 되는 것 같다. 음악 스타일로는 깊고 추상적인 요소들에서 다시 멜로디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변화 또한 간간이 관찰된다.


최근에 연 공연 제목이 ‘뉴 모멘텀’이었다. 사실 요즘에는 어떤 음악도 근본적으로 새롭다고 주장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유홍에게 새롭다는 건 무엇인가?

사실, 내가 내 음악을 스스로 새로운 음악이라고 부른 적은 없다. 2013년도에 한국에서 첫 번째 독주회를 했는데, 그 공연의 제목이 <모멘텀>이었다. 이제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그동안의 활동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다시 공연한 것이 <뉴 모멘텀>이다. 나는 음악을 고민할 때 꼭 새로운 것에 우선순위를 두지는 않는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새롭게 보일지언정, 새롭다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는 편이다.


유홍의 음악을 소개할 때 새로운 연주법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전통적인 대금 연주법을 벗어나 색다른 시도를 많이 했는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찾아 나가고 만드는가?

현대음악에서 연주하는 다양한 테크닉들은 이미 서적을 통해 대부분 정리되어 있다. 작곡가들에게도 이러한 테크닉들은 현재 상당 부분 보편화되어 있어 악보에도 많이 표기된다. 비록 플루트에 대한 연구에서 유래한 테크닉들이지만, 결국 부는 악기이기 때문에 관악기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들을 배우고 발전시키며 이를 대금에 맞게 응용한 것이 내가 사용하는 현대음악 연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연주자의 깊은 고민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악기의 소리를 내다가 바람 소리를 더 많이 낼 때 이를 '에어리 사운드(airy sound)'라고 하는데, 대금에는 본래 바람 소리가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대금에서의 에어리 사운드란 무엇인지, 반대로 그 소리가 배제된 퓨어 사운드(pure sound)는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테크닉적인 측면만 보자면, 전통 연주자들 중에서도 이러한 기법을 잘 구사하는 젊은 연주자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그 기법을 국악기로 소화하는 과정에서 대금의 재질, 내경이나 취구의 크기, 청의 존재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에 따라 소리의 풍성함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2021년 〈리플렉션〉 전시 프로그램에서 현대 음악은 작곡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돼 연주자의 해석으로 소리가 만들어지고 관객의 상상력으로 완성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현대 음악에서 과연 관객이 중요한가를 둘러싼 여러 논쟁이 있는데, 유홍에게는 관객이 중요한가?

관객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현대음악이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성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관객과의 소통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에서 정확한 마침표를 찍는 것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것이 서로 관련이 있는 것 같아’, 혹은 ‘나는 이 부분을 이렇게 다르게 해석하고 싶어’와 같이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자 한다. 관객들이 100% 나를 의지하고 따라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을 통해 각기 다른 결과를 도출하는 작품을 선호한다. 나 또한 관객들과 이런 소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해석에서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는, 작곡자와 연주자의 의견들이 섞이고, 관객들이 이를 자기 이야기로 환원하여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내가 깊이 있게 다루고 작업하고 싶은 작곡가들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


다음 주제는 즉흥 연주다. 유홍은 오랫동안 즉흥 음악 공연을 해왔고, 얼마 전부터 한국즉흥음악축제 음악 감독을 맡고 있다. 즉흥 음악에도 장르가 많고 다양한 접근이 나올 수 있는데 유홍에게 즉흥 연주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다.

즉흥 음악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독일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 즉흥 음악을 정말 많이 했는데, 내가 연주할 곡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일, 특히 베를린의 분위기가 즉흥음악에 굉장히 열정적이었다. 그 시절에 연주자 간에 서로 반응하고 상대의 소리를 이해하고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많은 훈련을 했다. 즉흥 음악이라고 해서 내가 상상하는 것을 아무거나 연주하는 것이 아니다. 의도와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순발력과 때로는 인내도 필요하다. 그렇게 음악적으로 매우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표현할 수 있다. 지금도 즉흥을 할 때 많은 것을 배운다. 또 어떤 설계도가 이미 그려진 게 아니다 보니 늘 기대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즉흥 연주를 객석에서 들을 때도 그 연주자의 의도나 반응을 읽는 건가?

그렇다. 내가 연주자로 참여할 때도 좋지만, 다른 작품을 듣고 읽어내는 것도 재미있다. 그것 또한 예술적으로 큰 만족감을 준다.


관객 역시 연주자의 의도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읽어 나가고 반응할 수 있을 때 재미있는 즉흥 음악 공연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한국의 즉흥 음악 신도 연주자와 관객 모두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한국즉흥음악축제의 음악 감독으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예술가들 간의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전통음악가와 다양한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축제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인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즉흥 음악 축제를 통해 많은 변화들을 체감했다. 프린지 무대를 통해 젊은 연주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감 있게 선보이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마지막 주제는 동시대성에 대한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동시대성은 지금 시대만의 고유함이라기보다는 다른 시대와 배경이 공존하는 시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 악기를 가지고 유럽의 현대 음악 신에서 활동하는 유홍은 존재 자체로 동시대성의 한 단면처럼 보인다. 컨템퍼러리 뮤직이라는 말도 누구보다 많이 고민했을 것 같은데, 유홍의 관점에서 동시대성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궁금하다.

동시대성은 지금 이 시대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이라는 것은 이 악기가 만들어지고 계속 연주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이지만, 내가 관심을 두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 전통을 통해 어떤 역할을 하고, 무엇을 전달하며,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지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동시대성은 인류의 보편적 지향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화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성을 의미한다. 현대 음악은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음악 장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을 변화시킬 필요는 없으며,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조율하고 어울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예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음악은 동시대의 정신을 매우 잘 반영하는 중요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현대 음악에 관련된 아주 산뜻한 정리인 것 같다. 나도 공연을 볼 때 현대 음악이 청자에게 그런 고민을 지속하게 만드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소리로 돌아가자. 앞에서 유홍이 들은 소리들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그럼 현재 가장 집중해서 내고 싶은 소리가 있는가?

최근에 내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소리가 섞일 때의 스펙트럼에 관한 것이다. 하나의 악기 소리가 익숙하지 않은 다른 악기 소리와 섞일 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디테일들에 대해 집중하고 실험해보고 싶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소리의 퀄리티를 스스로 확인하고 탐구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최근의 연주회들을 보면 테크닉은 상당히 발전했지만, 소리의 질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개선하고자, 보다 정교한 소리의 질감과 풍부함을 추구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퀄리티 있는 소리’란 무엇인가?

간단한 예로, 서양의 스트링 악기는 금속 재질의 현을 사용하여 그 고유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단순히 대금을 기존 방식대로 연주하면 그 소리가 스트링 악기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 이러한 소리의 융합을 위해 단순히 연주의 강약이나 볼륨 조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리가 만들어내는 공간감, 소리의 방향성 등 여러 요소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다각적인 고민과 탐구를 통해 보다 정교하고 풍부한 소리를 찾아내는 과정이 바로 퀄리티 있는 소리를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이 인터뷰는 음악가에 관한 필드 레코딩이라는 가정을 한다. 유홍이라는 사람에게 마이크를 대면 어떤 소리가 녹음될까?

대금의 소리. 오선보에서는 F음이 녹음될 것 같다. 음정적으로 유사한 율명으로는 '태주(太簇)' 음이다. 그 소리가 나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