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엽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작곡가)

“사랑하는 사랑과 사랑을 나누고 아기가 생기는 과정은 거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다큐를 봤을 때 만큼 신비로운 과정이자 커다란 사건이었다. 아가의 조그만 입으로 아빠라고 말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그래, 내가 너의 아빠란다!“



유년기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소리를 들으며 자랐나.


동네에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해가 지는 시간쯤에 야구부가 연습하는 소리가 들렸다. 배트와 공이 깡 부딪치는 소리, 자기들끼리 ‘으쌰으쌰’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를 꽤 좋아했다. 왠지 나른해지는 소리랄까. 소파에 누워서 그 소리를 듣는 시간을 좋아했다. 근처에 공원이랑 산도 있어서 여름에는 매미 소리가 정말 강렬했는데, 그 소리도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사마귀 특공대 같은 걸 만들어서 곤충 채집하러 다니며 유년기를 보내다가 중학생 때 지하철이랑 버스를 타고 조금 멀리 떨어진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여유 있는 날이면 걸어서 시장을 지나갔는데, 그때 놀랍게도 엑스 재팬 팬클럽 한국 지부가 그쪽에 있었다. 진짜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엑스 재팬 브로마이드가 전시돼 있고 시디랑 비디오 테이프를 팔았다. 동네 음반 가게 아저씨가 자기가 셀렉션한 불법 테이프를 만들어서 팔았는데, 파란색으로 프린트된 종이에 ‘엑스 재팬 베스트’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그 한국 지부에서 본 사람들의 음악이구나 하면서 아저씨에게 물어봤는데, 아저씨가 음악을 들려주셨다. 그때 꽤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곡이 〈쿠레나이(Kurenai)〉인데, 기타 아르페지오로 조용하게 시작한 다음에 드럼이랑 심벌즈의 리버스 효과랑 함께 갑자기 터지면서 엄청난 소리로 달리기 시작한다. 드럼도 달리고, 기타도 달리고. 그 음악을 처음 들은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엑스 재팬 음악을 꽤 오랫동안 들었다. 헤드뱅잉 하면서 수학 문제 풀고 그랬다.

악기를 직접 배우게 된 건 언제쯤인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시작하게 된 데에도 스토리가 있는데, 그때 우리 집에서는 일요일에 교회를 다녀온 뒤에 온 가족이 모여서 ‘비교체험 극과 극’을 보는 게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 거기서 낙원상가에서 가장 저렴한 악기와 고가인 악기를 비교하는 게 나왔는데, 그걸 보면서 드럼은 진짜 못 쓰겠는데 기타는 저렴해도 잘만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에 친형이 갑자기 우리가 가진 게임기를 팔아서 자기는 베이스를 사고 너는 기타를 사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어차피 형 의견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거부할 권리가 없기도 해서 좋다고 했다. 그런데 형이 베이스를 사느라 돈을 다 쓰고 돌아왔다. 엄청 서럽게 울고 있는데 엄마가 그 사실을 알고 기타를 사 주셨다. 그렇게 기타를 시작하게 됐다.

집에서 혼자 독학을 한 건가?


처음에 엑스 재팬의 밴드 스코어로 연습을 시작했는데, 너무 빠르고 어려웠다. 아무리 해도 멋있지가 않았다. 그러다 옆 동네에 통기타 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통기타로 그 소리를 어느 정도 흉내를 내더라. 그걸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 ‘통기타로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 거구나.’ 그 뒤로 느리지만 정확하게 차근차근 연습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충분히 들은 기분이다. 그럼 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보자. 지금까지 살면서 손에 꼽을 만한 기억에 남는 소리는 무엇인가? 꼭 음악이 아니어도 좋다.


특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생각해 보면 나는 소리랑 쉽게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 그래서 악기도 여러 종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게다가 기타라는 악기의 특성상 이펙터랑 친해지게 되는데, 이펙터와 앰프를 매칭해서 조합할 수 있는 사운드의 종류가 너무너무 많다. 그렇게 발견하는 소리들이 모두 매력적이었다.

정중엽이 하는 활동을 보면 스마일스부터 라이너스의 담요, 오지은과 늑대들, 밤신사, 장기하와 얼굴들, 이날치, 오마르와 동방전력까지 인디 신에서 알 만한 유명한 밴드를 많이 거쳐 왔다. 대형 스타가 된 밴드도 있다. 밴드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가?


선택이라기보다는 어느 순간 함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좋아한 뮤지션 중에 코넬리우스라고 있는데, 그 사람이 학창 시절에 축제를 하면 네 번을 옷을 갈아입으면서 공연을 했다. 밴드는 바뀌지만 그 사람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무대에 계속 있는 거다. 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좋아하는 음악이 많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식으로 활동했다. 어릴 때는 허락하는 한 최대한 재미있게 여러 밴드를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정중엽이 생각하는 밴드의 매력은 뭔가?


밴드 음악은 여러 사람들 안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각각의 개성이 있어서 좋다. 나에게는 친구들이랑 함께한다는 거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아까 말한 대로 밴드를 선택한다기보다는 대부분 친해지는 과정이거나 이미 친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료들이 뭔가를 함께 좋아하고, 그걸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이날치처럼 흔히 말하는 성공한 밴드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데, 그런 큰 사랑을 받아 본 입장에서 어떤 음악이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감각이 좀 생겼나?


어느 정도 생긴 것 같기도 한데, 당연히 운도 중요한 것 같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음악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음악이 쉽고 반복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음악 외적으로 비주얼이나 다른 쪽으로 플러스 알파가 잘 맞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같다.

요즘에는 영화, 드라마,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밴드로 작업할 때랑 혼자서 작업할 때는 어떤 점이 다른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밴드에서는 일단 내 악기에 집중해야 한다. 내 악기에 집중하는 게 첫째이고, 그다음에는 전체적인 합의를 위해 함께 의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작업을 한다. 영화나 그런 종류 작업에서는 함께 의논하는 대상이 음악을 하는 동료가 아니라 연출자나 감독님, 더 크게는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 이런 분들이다. 그러면 소통 방식이 달라진다. 밴드를 할 때는 좀더 음악적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이 경우는 어떤 분위기나 추상적인 부분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얼마 전에 영상 작업을 할 때 음악이 더 무서워야 한다는 피드백이 있었는데, 밴드를 할 때 누군가를 무섭게 하기 위해 음악을 만드는 건 생각도 안 해본 일이다.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공연 음악 작업도 종종 하고 있다. 결국 다양한 매체에서 음악을 두루 경험해 본 건데 정중엽이 더 애착을 느끼는 예술 형태가 있는가?


개인적으로 연극 작업이 재미있었다. 영상 음악의 경우 음악 전에 이미 영상은 다 완성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연극은 연습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고 음악이랑 피드백을 통해서 연출이 변하기도 하는 게 밴드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영화도 재미있다. 스타일이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연극 같은 경우 공연이 끝나면 음악이 사라지기 때문에 스스로 결과물을 아카이빙해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기타 베이스 드럼, 신시사이저, 이펙터 등 많은 악기를 가지고 있다고 안다. 특히 1960년대, 1970년대 빈티지 악기들도 여러 개라고 들었다. 음악을 하면서 악기가 점점 단순해지는 사람도 있고 늘어나는 사람도 있는데, 정중엽은 분명하게 후자에 속한다. 악기를 계속 모으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릴 때 형이랑 같이 자라서 내 물건이라는 개념이 희박했는데, 내 악기가 생기면서 내 소유 물건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그게 좋았다. 좋아하는 악기들을 하나둘씩 모으고 바꾸는 게 큰 낙이었다. 소리에 호기심도 많아서 악기를 사고팔면서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찾아 계속 헤맨 것 같다. 예전에는 기타랑 베이스, 기타 이펙터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신시사이저 드럼 머신에 관심이 커져서 하나둘씩 모으고 있다.


옛날 악기들, 흔히 오리지널 빈티지라고 하는 악기들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가?


주변 형들 영향도 있었다. 빈티지 악기를 써보고 싶은 열망은 있는데 돈이 많지 않으니까 애매한 빈티지를 사서 이걸 내 손에 맞게 잘 고치거나 개조를 해서 나만의 소리를 가진 악기를 찾겠다며 악기를 사고팔고 있었는데, 그때 로다운30의 윤병주 형이 이야기를 했다. “중엽아 이런 그지 같은 것 좀 그만 사고 제대로 된 걸 하나 사라. 그래야 너가 빈티지에 대한 기준이 세워지지 않을까.” 그때는 ‘아니에요. 저는 제 길을 갈 겁니다’라고 하기는 했는데, 그 뒤에 팬더 빈티지 베이스를 구입하고 69 텔레베이스를 사보니까 제대로 만들어진 빈티지는 소리도 좋고 손에도 되게 잘 붙는다는 걸 알게 됐다. 애매한 빈티지에서 나오던 이상한 불편함이나 하자도 없고. 그러면서 제대로 된 빈티지를 찾기 시작했다. 근데 사실 지금은 꼭 빈티지 악기가 없다고 작업을 할 때 무슨 문제가 생기기는 않는다. 이제 내가 빈티지의 소리가 뭔지 알겠고 필요하면 쓸 수 있게 된 때문인 것 같다.

도대체 그 빈티지의 소리란 게 뭔가?


일단 대부분 출력이 조금 떨어져 있다. 기타 베이스 같은 경우에는 자성이나 이런 게 백 퍼센트 상태는 아닌 경우가 많고, 고음역대가 좀 깎여 있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듣기 좋다고 하는 거다. 반대로 고음역이 엄청 필요한 경우에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소리다.

장비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사운드를 찾아 첨단의 길을 걷는 음악가도 있는데, 빈티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그 옛날 악기들로 뭘 표현하려고 하는 걸까?


사실 내가 좋아하던 시대를 향한 로망이 있으니까 빈티지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빈티지 악기들로 꼭 옛날 소리를 내고 옛날 음악을 그대로 만들겠다는 마음은 아니다. 빈티지 악기들도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소리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옛날 장비들은 불편한 제약들이 많은데, 그런 게 작업을 할 때는 오히려 방향성을 제시해 줄 때가 있어서 좋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악기와 하드웨어 악기의 차이는 어떻게 느끼나?


아주 간단하게는 플러그인 같은 경우는 화면 안에 버튼이나 노브가 들어 있는데, 나는 그걸 가지고 실제 아날로그 악기를 만지는 것만큼 푹 빠져서 몇 시간씩 돌려 본 경험이 없다. 그러다가 희한하게 얻어걸리는 마음에 드는 소리들도 있다. 같은 아날로그 악기라도 보관 상태나 컨디션에 따라서 같은 세팅에서 다른 소리를 내기도 한다. 빈티지 하드웨어를 쓴다는 건 그런 매력이 있다.

기타와 베이스를 치다가 신시사이저 소리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을까?


옛날에 텔레비전에서 영화에 사용되는 사운드 디자인에 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돼지 울음소리로 공룡 소리를 만드는 거였는데,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28일 후…〉라는 영화를 보고 거기 나오는 신시사이저 소리가 멋있어서 기억해 두다가 찾아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베이스 치기 바빠서 잊었다. 그러다 나이를 먹고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데 예전처럼 밴드를 왕성하게 하기는 쉽지 않고 해서 다시 전자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변에 형들이 나이 들면서 전자 음악으로 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어릴 때는 그런 게 이해가 안 되다가 지금은 그 마음을 정말 잘 알겠더라. 베를린이나 이런 데를 왔다 갔다 하면서 로컬 전자 음악 레코드점 같은 데도 가보고 그러다가 점점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사실 신시사이저나 드럼 머신이나 그런 악기들이 원래는 이미 있던 어쿠스틱 악기 소리를 따라 하기 위해 개발된 건데, 그 악기들이 다르게 사용되고 음악이 발전하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계속 뭔가 예상이랑 다르게 발전할 여지가 남아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되 판 것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정말 많은 악기를 소유했을 텐데, 특별하게 아끼는 악기가 있는가?


미니 무그와 부클라 뮤직 이젤을 좋아한다. 기타 베이스를 포함하면 너무 많은데, 리켄베커, 프리시전, 호프너, 텔레베이스, 이렇게 베이스 네 개랑, 스트라토캐스터, 텔레캐스터, Es-355,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 하나, 이렇게는 계속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많아지고 아는 레퍼런스가 늘어날수록 선택지가 많아서 음악을 만들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음악을 시작하고 전개하는 정중엽만의 방법이 있는가?


영상 작업을 할 때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시작한다. 영상 템포에 맞춰 시작하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작업일 때는 질문한 대로 고민이 많아지기는 한다. 그럴 때는 오히려 도구를 줄이는 게 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이 곡은 어떤 장비만으로 끝내 보자, 뭐 이런 식으로.

음악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게 있나?


이렇게 얘기하면 좀 그럴 수도 있지만, 어릴 때 목표는 다 이룬 것 같다. 밴드를 해서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밴드로 평생을 하기는 참 어려운 일 같다. 밴드라는 건 전성기가 있고, 그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니까. 사실 얼마 전 아이가 태어나면서생각이 좀 변화했는데, 지금까지 음악을 하고 살았으니 앞으로 내 삶은 꼭 음악을 안 하고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일단은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소리들로 재미있게 내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다.

질문이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다. 이 인터뷰의 목적 중 하나는 음악가와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음악가로서 지금의 시대적 상황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일단 뭔가를 만들고 교류하기에 정말 쉬운 세상이 된 것 같다. 사람들도 어떤 걸 들어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것 같고. 그런데 또 세상이 너무 빠르게 연결되다 보니 메이저한 음악들은 다 비슷해지는 것도 같고, 그래서 로컬리티가 있는 음악들이 더 소중해지고 인기를 얻는 것도 같다. 예를 들면 이날치 같은 음악 말이다. 음악적인 거를 떠나서 생각해 보면, 이를테면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꽤 걱정도 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지구가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다는 두려움 같은 게 더 크게 다가온다. 예술가들이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이 된다. 그런데 내가 그냥 기후 변화에 목소리를 내는 음악을 만든다고 해도 안 유명하면 무슨 영향력이 있을까? 그럼 결국 케이팝 같은 걸 해서 일단 유명해지는 수밖에 없는 건가? 그건 못할 거 같은데, 그럼 나는 뭘 해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 그런 상상을 해본다.

내 문제의식은 지금 세상에 너무 들을 것이 많아서 어떤 소리도 별로 소중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악가로서 정중엽은 사람들이 좀더 소중하게 듣기를 바라는 소리가 있는가?


자연의 소리인 것 같다. 바람 소리나 파도 소리 같은 소리들. 또한 가족의 소리. 집에 있어도 각자 핸드폰만 보는 일들이 많은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소리를 좀더 소중하게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공식 질문이 남아 있다. 어떤 사람의 무의식이 내고 있는 소리를 수음할 수 있는 특별한 마이크가 있다면, 정중엽에게서 어떤 소리가 녹음될 것 같나?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그냥 심장 소리, 또 하나는 브라질 보사노바 연주자 주앙 지우베르투(Joao Gilberto)의 〈바우싸(Valsa)〉라는 곡. 그냥 그 노래가 떠오른다.